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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2019-04-11 [인터뷰]여재훈 신부 "노숙인은 신분 아니다…힘든시간일 뿐"
등 록 일 2019-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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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여재훈 신부 "노숙인은 신분 아니다…힘든시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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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11 05:30:00
10년 노숙인센터장 맡은 여재훈 신부, 노숙인정책 방향 제시
"일생 내내 복지 사각지대 놓였던 노숙인…손가락질 폭력적"
"대다수 노숙인들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노숙인 쉼터 이력 이유 직장 그만두게 하고 왕따시켜 문제"
"우리 사회는 한번 떨어지면 다시 올라갈 계단 치우는 구조"
일상화 된 죽음의 고통…"고독사 많은 게 과연 건강사회냐"
"다시서기센터 노숙인 인문학강좌 폐강 위기…지원 절실해"
"실패했다 주저앉지 말고 좀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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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장 여재훈 신부가 9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중 노숙인 고독사에 대해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2019.04.1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노숙인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술에 취해 길거리에 너부러져있는 사람, 좋지 않은 냄새가 나서 가까이 가기 꺼려지는 사람, 횡설수설하는 등 제정신이 아닌 탓에 언제든 갑자기 달려들어 공격할 것 같은 위험한 사람 등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노숙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한번 삐끗하면 언제든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빙판길 같은 우리 사회에서 노숙인은 결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과연 노숙인의 진짜 모습일까. 길을 지나다 접하는 몇몇 노숙인만으로 노숙인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까.

그 답은 노숙인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동고동락한 인물에게서 구하는 게 온당하다. 서울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대한성공회유지재단) 센터장을 10년 동안 역임하고 최근 성공회대 총무처장으로 자리를 옮긴 여재훈 신부는 노숙인은 어떤 사람들인지 답해줄 적임자다. 

뉴시스는 9일 오후 구로구 성공회대 승연관 1층 총무처에서 여 신부를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 신부는 목회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선교'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서울 봉천동, 인천 송림동·화수동·만석동 등지에서 철거민을 대상으로 10년여간 이른바 빈민선교활동을 했다. 그러던 2009년 여 신부는 대학원 동기 신부로부터 다시서기센터를 대신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마침 인천지역활동이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새로운 도전을 생각하던 시기에 제안이 온 것이다. 여 신부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서울역에 당도했다. 그의 눈 앞에 다가온 현실은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여 신부는 2009년 8월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을 처음 만날 당시 느낌을 털어놨다. 그는 "전임 신부를 만나 인수인계를 받기 위해 서울역에 발을 내디뎠는데 그 전까지는 전혀 못 봤던 광경이 펼쳐져 너무 막막했다"며 "냄새부터 달랐고, 그들이 거리에서 하고 있는 행색들이 과거 내가 행인으로 지나가면서 봤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이걸 어떡하지,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여 신부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걱정을 떨쳐냈다. 때가 묻은 작업복을 입고 눈을 반짝거리며 일하는 다시서기센터 직원들이 큰 위안이 됐다. 서울시의회 행정감사도 여 신부가 실무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 여 신부는 "센터에 부임하자마자 2개월 만에 시의회 행정감사를 받았다. 하루 종일 바들바들 떨면서 감사를 받았다"며 "그로부터 약 1년 동안 실무자들한테 일을 배웠다. 그후로도 한해 한해를 숨 가쁘게 버텨냈다"고 말했다.

행정 업무가 익숙해지자 아픔이 찾아왔다. 노숙인시설장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일상화된 죽음'이었다. 여 신부는 "아마 장의사 다음으로 사람 죽음을 많이 보는 곳이 아닐까 싶다"며 "저희는 고독사를 너무 흔하게 만난다. (노숙인이) 고시원에서 혼자 부패된 채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돌아가실 걸 아는데 손을 못 써보고 지켜봐야하는 상황을 실무자들은 많이 겪었다"고 말했다.

다시서기센터 한 신입 직원의 이야기는 더 가슴 아프다. 숙대입구에 있는 다시서기센터를 처음 이용하러 온 한 노숙인이 새벽에 건물 베란다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마침 순찰을 돌다가 시신을 발견한 사람은 신입 직원이었다. 몸에 온기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한 직원은 심폐소생술도 하고 인공호흡도 했지만 이미 노숙인은 숨을 거둔 상태였다. 이 일이 있은 후 이 직원은 새벽 순찰근무 때는 한숨도 자지 않았다고 한다.

2009년 8월부터 2019년 2월까지 10년 가까운 재직기간 동안 여 신부는 많은 죽음을 접했다. 그 중에서도 여 신부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 것은 '아용이 아저씨' 김아용씨의 죽음이었다. 그는 이름도 생년월일도 모른 채로 다시서기센터로 왔고 여 신부와 직원들은 그에게 새 이름을 지어줬다. 이후 아용이 아저씨는 5년 가까이 다시서기센터의 마스코트가 됐다. 여 신부는 "너무나 선하고 조그맣고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쁜 분이라 직원들도 다 기억하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여 신부는 아용이 아저씨의 죽음을 설명할 때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아용이 아저씨는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간염을 앓았고 결국 간암에 걸렸다. 어릴 때부터 영양관리가 전혀 안 된 탓이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시서기센터를 찾던 아용이 아저씨가 어느 날부터인가 눈에 띄지 않았다. 소식이 끊긴지 1주일째 되는 날 담당 직원이 아용이 아저씨가 살던 고시원을 찾아갔다. 고시원 총무의 도움으로 잠긴 문을 열자 아용이 아저씨는 방에 홀로 엎드린 채 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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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장 여재훈 신부가 9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4.10. photocdj@newsis.com
여 신부는 "직원들이 아용이 아저씨 일로 충격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다들 미안해했다. 가족이었으면 저렇게 혼자 쓸쓸하게 돌아가시게 내버려두지 않았을텐데 하는 자책감이 있었다"며 "가난하고, 일가 친척이 없고, 혼자 사는 사람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게 과연 건강한 사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간염에서 간암으로 악화됐으니 (회복이) 힘든 상황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혼자서 바닥에 엎드려서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며 "(아용이 아저씨 사건은 노숙인들이) 어떻게 하면 안정적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삶을 마감할 수 있게 해드릴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숙인은 태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키워지는 것일까. 여 신부는 10년간 숱하게 봐왔던 '아이가 노숙인이 되는 일반적 과정'을 설명했다. 

노숙인이 되는 사람들은 매우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다. 어머니는 아버지 술주정 때문에 도망간다. 일용직 아버지는 일감을 찾아 지방을 돌아다닌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2만~3만원을 쥐어주고 1주일 동안 공사장 현장을 다녀온다. 아이들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돈을 금방 써버린다.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나쁜 짓도 한다. 그러다 아버지마저 떠나버리면 아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공장에 들어가거나 건설 현장에서 일한다. 그렇게 노동현장에서 평생을 살다보면 40~50대에 몸이 망가진다. 돈을 못 벌게 되면 곳간 빼먹듯이 자기가 벌어놨던 몇푼 안 되는 돈마저 치료비와 생계비로 쓴다. 그 결과 거주형태는 전세에서 월세로, 월세에서 일세로 변한다. 쪽방을 전전하다가 돈을 벌려고 이삿짐이라도 나르고 나면 몸은 더 안 좋아진다. 그러면 결국 그들은 노숙인이 돼 서울역으로 온다. 여 신부는 "그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복지 사각지대에서 성장해온 사람들"이라며 "그들의 노동력이 건설현장에서 계속 쓰였는데 결과적으로 그들은 사회적으로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당한다"고 설명했다.

여 신부는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어렵게 살아온 노숙인들을 혐오스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부 시민의 시각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는 "어떤 사람이든 그런 가정에서 컸으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가출청소년 쉼터에서 일할 때 아빠 술주정에 맞아서 팔이 부러져 덜렁덜렁거리면서 걸어다니는 애들도 본 적이 있다"며 "그런 환경에서 크는 아이들이 성인이 돼 노숙인이 됐다고 해서 '너는 왜 성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냐'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폭력적"이라고 꼬집었다.

여 신부는 다시서기센터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노숙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려 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노숙인에게 무조건 일 안하고 게으르고 술 먹고 주정하며 구걸하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는다"며 "방송이나 뉴스매체에서 노숙인 관련 뉴스나 기사가 나오면 배경화면은 늘 서울역에 쓰러져 있는 노숙인 모습이다. 그런데 저희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대다수가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숙인 중에 자기 관리를 어느 정도 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냄새 나고 독특한 행색을 하고 술에 취한 (극단적인) 사람들은 전체의 5%도 안 된다"며 "조금만 도와주고 지지해주고 붙들어주면 확실히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자기가 못나서 저렇게 된 사람들을 왜 도와주냐'고 낙인을 찍는다"고 강조했다.

여 신부는 우리 사회가 노숙인의 재기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숙인이라는 것은 신분이 아니라 시간이다. 가장 힘든 상황을 겪는 그들의 인생 속 어떤 시간"이라며 "직장을 잡은 노숙인을 노숙인 쉼터에 있었던 이력을 이유로 그만두게 하는 경우도 있고 동료들이 왕따시키는 경우도 있다. 노숙인을 자꾸 신분으로 보고 책임을 물으니 그 사람이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에서 묻지마 칼부림이 나거나 숭례문 화재사건이 났을 때 처음에는 다 노숙인이 했다고 나왔다. 그 정도로 사회통념상 노숙인은 뭔가 범죄와 관련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범죄 관련 퍼센티지는 거의 비슷하다"며 "우리 사회는 노숙인이 재기하고 복귀할 수 있는 싹을 밟아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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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장 여재훈 신부가 9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4.10. photocdj@newsis.com
여 신부는 그러면서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똑같은 의식주로 생활하고 똑같은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살아왔던 사람들"이라며 "누군가의 아빠였고 누군가의 아들이기도, 남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숙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비단 노숙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노숙인은 우리 사회 실패자의 상징이다. 우리 사회는 실패자에게 그만큼 가혹하다. 여 신부는 "우리 사회는 40대, 50대 남성이 일자리를 잃거나 가정이 해체됐을 때 다시 회복하고 궤도로 올라오기 굉장히 힘든 사회"라며 "우리 사회는 한번 떨어지면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을 치워버리는 구조를 갖고 있다. 재기하고 새롭게 시작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여유로운 시선과 넉넉한 배려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노숙인을 위한 정책을 펴는 곳도 있다. 여 신부는 서울시의 노숙인 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여 신부는 "박원순 시장이 취임(2011년)한 바로 다음날 (노숙인) 동사자가 발견됐다"며 "박 시장이 국립의료원 영안실에 국화꽃을 바치러 가셨는데 그때 제가 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 노숙인 정책 문제들을 많이 말씀드렸다. 이후 실제로 박 시장 때 노숙인 사업이 중점적으로 보강됐다"고 말했다. 서울역 현장에 나가는 다시서기센터 직원은 4명에서 22명으로 늘었다. 박 시장은 더이상 서울시내에서 사람이 얼어죽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했고 그 약속을 아직까지 지켜지고 있다.  

점점 늘어가는 정신질환 노숙인을 치료하기 위한 대책 역시 박 시장 임기 중에 마련됐다.

여 신부에 따르면 노숙인 중에 정신질환자가 많다. 특히 여성 노숙인은 8할, 9할이 정신질환에 노출돼있다. 여성 노숙인은 성폭력이나 성적 학대를 겪고 정신적 충격을 받은 뒤 노숙생활을 시작하는 사례가 많다. 그럼에도 서울시에는 정신질환 노숙인을 응대하거나 치료할 대책이 없었다. 방치 상태가 이어지면서 정신질환 노숙인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이상한 옷차림을 한 채 행인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서기센터에 정신건강팀을 신설했다.

여 신부는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는데 정신건강팀이 생겨서 지금은 7명의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그리고 정신과 전문의 촉탁의가 1명 배치돼있다"며 "정신건강팀은 아주 특이한 행동하는 분들의 경우 특별히 상담해서 시설로 인도하기도 하고 병원에 입원시키기도 하고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시가 전국 지자체 노숙인 정책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여 신부는 설명했다.

여 신부는 "서울시가 노숙인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니까 대전, 대구, 부산 등 유명한 거점들이 벤치마킹해서 같이 수준이 올라갔다"며 "전에는 지방에서 서울로 노숙인들이 집중됐었는데 이제는 안 올라온다. 서울시 노숙인 수도 완만하게 감소하는 추세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가 갑자기 주거를 잃는 사람들을 긴급지원으로 잡아주니까 예방효과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노숙인에게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일반인의 시각에서 제공된 서비스는 노숙인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나 마찬가지라고 여 신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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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장 여재훈 신부가 9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4.10. photocdj@newsis.com
그는 "(노숙인) 한 분을 직장에 취업을 시켜줬더니 두달만에 그만두고 나왔다. 이 사례처럼 이분들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는 분들이다. 일하는 게 힘든 게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게 힘든 것"이라며 "(다시서기센터가 제공하는) 쉼터에도 안 가고 영하 15도 되는 날 비닐을 몸에 두르고 화단에서 자는 게 편하다고 하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분들에게 매섭게 '왜 너는 유별나냐고 얘기할 필요 없다"며 "오히려 그분들이 그런 사회성을 못 가진 것을 이해하고 비슷한 분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든지 여건과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비슷한 처지인 사람에게 의지하고 의사소통하게 하는 여유로운 시선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시서기센터를 떠나 성공회대로 자리를 옮겼지만 여 신부는 여전히 센터를 걱정한다. 국내 최초의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과정인 '성프란시스대학'이 내년부터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며 그는 지원을 호소했다.

여 신부는 "삼성코닝(현 코닝정밀소재)이 15년간 매년 1억원 넘게 성프란시스대학을 지원해주셨는데 법인이 미국회사로 넘어가면서 미국 본사가 올해까지만 하고 내년부터는 지원을 자른다고 하더라"라며 "시에서 프로그램 예산이 좀 들어오고 있긴 하지만 굉장히 절박한 상황이다. 문을 닫아야할 수도 있다. 나름 전국에 있는 노숙인 인문학 강좌의 원조인데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여 신부는 노숙인 사업이 앞으로 '탈시설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노숙인 사업의 화두는 탈시설화다. 노숙인들을 시설 속에 가둬놓고 꽃동네나 은평의마을처럼 부랑인을 가둬놓고 사회와 단절시키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사회생활이 불편하다 싶은 사람들에게 사회 가운데에 주거를 잡아주고 지역사회를 이용해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예전에 마을공동체가 있던 시골에서는 동네가 거지를 먹여 살렸다. 거지가 밥그릇을 가져가면 밥을 얹어주고 농번기 때 일거리가 있으면 일을 시켜 품삯을 줘 먹고 살게 했다"며 "이런 방식의 지역공동체가 활성화되는 게 모든 복지사업의 꿈"이라고 설명했다.

10년간의 노숙인 센터장 임무를 마친 여 신부는 노숙인들에게 격려의 말을 건넸다. 분명히 노숙인들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어쩐지 여러 이유로 힘든 삶을 버텨내고 있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건네는 위로 같았다. 

그는 "포기해도 괜찮고 지금 좀 주저앉아있어도 괜찮다.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다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있으면 (포기와 도전을) 계속 반복해도 괜찮다"며 "계속 도전하면 도와주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테니 지금 실패했다고 주저앉지 말고 좀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면 된다"고 말했다.


daero@newsis.com